긍정의 힘 - 세상을 다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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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 - 세상을 다 끌어안는다
우리말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난다”는 말이 있다. 일이 하나 생겼을 뿐인데 머릿속에서는 열 가지 사건이 터지고, 백 가지 결말이 만들어진다.
누군가 내 인사를 건성으로 받았다.
‘못 봤나?’
여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생각은 부지런히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봤는데 모른 척했나? 나한테 서운한 게 있나? 요즘 좀 잘나간다더니 사람이 변했군.’
인사 한 번 했을 뿐인데 머릿속에서는 인간관계 청문회가 열린다. 내가 검사이고, 내가 판사다. 상대에게는 출석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유죄판결까지 내린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안경을 수리하러 가는 길이었다.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눈이 나쁜 것은 그 사람인데, 마음이 나빠질 뻔한 것은 나다.
우리는 사실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지만, 사실에 붙인 해석 때문에 더 오래 괴로워할 때가 있다. 상대가 한 말은 한 문장인데 내가 덧붙인 말은 장편소설이다. 심지어 그 소설을 밤새 읽으며 잠까지 설친다.
이쯤 되면 생각도 과소비다.
쓰지 않는 물건을 사들이는 것만 과소비가 아니다. 확인하지 않은 의심, 해결에 보탬이 되지 않는 걱정, 끝없이 재방송하는 원망에 마음의 에너지를 쏟는 것도 과소비다.
하루 종일 별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한 이유가 있다. 몸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싸우고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 마음속에 들어앉은 그 사람은 숙박비도 내지 않는다. 상대는 자기 집에서 편히 자고 있을 텐데, 나는 마음의 안방까지 내주고 밤새 접대하고 있다.
이제는 방을 좀 비워야 한다. 그래야 내 삶에 필요한 생각이 들어온다.
나는 저서 『세상을 다 끌어안는 긍정화법』을 통해 긍정의 말이 가진 힘을 이야기했다.
세상을 다 끌어안는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내 마음에 들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 앞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다.
물론 화가 날 수 있다. 서운할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올라온 감정에 다음 말과 행동까지 모두 맡겨버릴 필요는 없다.
화를 낸 뒤에도 문제는 남는다. 그렇다면 화를 조금 가라앉히고 문제를 들여다볼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내가 강조하는 출발점은 ‘인정’이다.
“이미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내 마음이 지금 많이 상했구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도 있구나.”
상황을 인정하고, 내 감정을 인정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한계도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한다고 잘못된 일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재 위치부터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길을 잘못 들었는데 “이 길이 맞아야 해!” 하고 소리친다고 목적지에 도착하지는 않는다. 내비게이션도 운전자와 말싸움하지 않는다. 조용히 새 길을 찾는다.
우리에게도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잘못 왔군. 그럼 어디서 돌아가면 되지?”
잘못 들어선 길 위에서 자존심을 지키느라 기름을 다 써버릴 필요는 없다.
인정하면 이해할 여지가 생긴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수 있겠구나.” “내 눈에 보인 것이 전부는 아니겠구나.” “판단하기 전에 한번 물어보자.”
강의실에서 일어날 법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강사는 열심히 설명하는데 맨 앞에 앉은 수강생이 자꾸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다.
‘내 강의가 그렇게 재미없나? 적어도 앞자리에서는 예의를 지켜야지.’
점점 신경이 쓰인다. 다른 수강생을 보면서도 눈길은 자꾸 그 사람에게 간다. 마침내 한마디 하려는데 그가 손을 든다.
“선생님, 방금 하신 말씀을 다시 한번 해주시겠습니까?”
속에서 말이 올라온다.
‘휴대전화만 보니 못 들었지!’
그러나 잠시 멈추고 묻는다.
“어느 부분 말씀인가요?”
수강생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준다.
“말씀을 적고 있었는데 너무 좋아서요. 정확하게 남기고 싶습니다.”
강의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던 사람이 가장 열심히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내 말을 적는 사람에게 내 말로 상처를 줄 뻔했다.
그 순간 강사에게도 공부가 시작된다. 수강생은 말하기를 배우러 왔는데, 강사는 확인하고 말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가 보는 것은 한 장면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 앞뒤의 사정이 있다. 몇 초만 물어보면 알 수 있는 일을 혼자 짐작하다가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오랫동안 거래하던 고객이 어느 날 다른 업체로 옮겼다. 가격도 배려했고, 급한 주문도 맞춰주었는데 돌아온 것은 거래 중단 통보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사람이 의리가 없군.’
서운한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따지고 싶기도 하고,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잠시 숨을 고르고 질문을 바꿔본다.
“내가 잘해줬다고 생각한 것과 고객이 원했던 것이 같았을까?”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객에게 전화를 건다.
“그동안 거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저희가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겠습니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다.
“사장님은 늘 잘해주셨죠. 그런데 주문할 때마다 사장님께 직접 전화드려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바쁘신데 소량 주문까지 부탁드리기가 미안해서요.”
경쟁 업체는 휴대전화로 수량만 입력하면 주문이 끝났던 것이다.
나는 “언제든 편하게 전화하세요”라는 말을 친절이라고 생각했다. 고객은 그 전화를 걸기 전에 몇 번씩 망설이고 있었다.
가격에 밀린 줄 알았는데 주문 방식에서 밀렸다. 의리가 없다고 탓했는데, 고객은 오히려 나를 배려하느라 불편을 참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해줬는데’라는 생각에 붙잡혀 있었다면 끝내 듣지 못했을 이야기다.
그제야 손댈 곳이 보인다. 소량도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게 하고, 담당자가 없어도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바꾼다.
떠난 고객이 당장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다른 고객들도 참고 있었을 불편을 고칠 기회는 얻었다.
거래 하나를 잃은 것은 아쉽다. 그 아쉬움 속에서 사업의 약점을 발견했다면 다음 거래를 지킬 준비를 할 수 있다.
고객이 떠나면 매출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들어야 할 이유까지 함께 떠날 수 있다. 그래서 원망하기 전에 한번 물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불편하셨습니까?”
긍정은 이 질문을 건넬 용기에서도 드러난다. 듣기 좋은 대답만 기대하지 않고, 불편한 대답에서도 고칠 일을 찾는 것이다.
“그 고객은 끝났어”라고 말하면 관계도 배움도 거기서 멈춘다.
“이번 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다음 행동이 시작된다.
이처럼 인정은 이해의 문을 열고, 이해는 감사할 지점을 발견하게 한다.
다만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너무 빨리 감사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발등을 찧어 눈물이 나는 사람에게 “발가락이 붙어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세요”라고 하면 위로가 되겠는가. 우선 아픈 곳부터 살펴야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속상한 마음을 인정하고 조금 가라앉힌 다음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돌아보면 된다.
“그래도 의논할 사람이 있구나.” “다시 시도할 기회는 있구나.” “이번에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알았구나.”
감사할 지점 하나를 발견한다고 문제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문제만 꽉 차 있던 마음에 다른 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잃은 것만 보던 눈에 남은 것이 들어오고, 막힌 길만 보던 눈에 돌아갈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
“잘될 거야”라고 말했다면 잘되게 할 일을 하나 시작하자. 전화 한 통을 걸고, 방법을 묻고, 계획을 고치고, 필요한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도 가만히 앉아 기다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고개를 들어 살피고, 손을 뻗어 도움을 구하고, 움직여야 작은 틈이라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무한긍정’의 힘을 여기에 두고 싶다.
한 번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걱정이 영원히 사라지겠는가. 아침에는 의욕이 넘치다가도 오후에 전화 한 통을 받고 주저앉을 수 있다. 어제 이해했던 사람이 오늘 또 야속해질 수도 있다.
그때 다시 방향을 잡는 것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사실로 확인했지?” “무엇은 혼자 짐작하고 있지?”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지?”
백 번 걱정했더라도 백한 번째에는 방법을 찾아보자. 어제 원망으로 하루를 보냈더라도 오늘은 질문 하나를 바꿔보자.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질문을 충분히 했다면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때다.
“그래서 오늘 무엇부터 해볼까?”
오해가 있다면 조용히 물어보고, 내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혼자 풀기 어렵다면 도움을 청하고, 방법이 막혔다면 다른 길을 알아보면 된다.
오만 가지 생각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생각에 마이크를 모두 쥐여줄 필요는 없다. 걱정이 혼자 연설을 오래 했다면, 이제 해결책에도 발언 기회를 주자.
인정하고, 이해하고, 감사할 것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하나를 시작하자.
오늘 내 마음속에서 가장 크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아보자.”
그 말을 하고 한 걸음 움직일 때, 무한긍정은 내 삶을 바꾸는 위대한 힘이 된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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