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여우보다 뚝배기 같은 사람을 곁에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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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여우보다 뚝배기 같은 사람을 곁에 둬라
젊을 때는 여우 같은 사람이 좋았다. 눈치 빠르고, 머리 좋고, 상황 판단 빠르고,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사람.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여우보다 뚝배기가 좋다. 여우는 너무 빨리 알아차린다. 내가 밥을 사려고 하는지, 내가 부탁을 하려고 하는지,
내가 돈을 빌리려고 하는지… 참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밥을 사려고 할 때는 그렇게 눈치가 빠른 사람이 계산서만 나오면 눈치가 없다. ㅎㅎㅎ...
“어? 계산은 누가 하지?”
그때는 갑자기 순진한 양이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눈치 빠른 사람보다 뚝배기 같은 사람이 좋다.
사람은 오래 만나봐야 안다
나는 강의와 코칭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수천 번 강의를 하고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람을 보는 눈도 조금 생겼다. 그런데 사람은 참 재미있다. 처음에는 누구나 잘 보인다. 말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고, “박사님, 제가 잘하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말보다 시간이 더 정확한 면접관이다. 한두 번 만나서는 모른다. 한 달 만나도 모른다. 그런데 몇 년 지나면 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결국 사람은 시간이라는 면접관에게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어느 날, 뚝배기 같은 사람을 만났다. 나도 강의와 코칭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된다. 처음에는 자주 연락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연락이 뜸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도 생각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사람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 그런데 유통기한이 지나도 냉장고 한쪽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진짜다.
한 번은 특별한 부탁도 없는데 그냥 안부를 묻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박사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그 한마디가 참 좋았다. 무엇을 부탁하러 온 것도 아니고, 사업 이야기를 하러 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람이 궁금해서 온 것이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런 사람이 뚝배기구나.’
화려하지 않다. 그런데 따뜻하다. 뚝배기는 처음부터 뜨겁지 않다. 뚝배기는 참 투박하다. 예쁘지도 않다. 요즘 그릇처럼 디자인이 멋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국밥을 담아놓으면 한참 동안 뜨겁다.
반면에 예쁜 유리그릇은?
처음에는 아주 멋있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식는다. 사람도 비슷하다. 처음 만났을 때 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이 있다. 칭찬도 잘한다.
“박사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생각한다.
‘이 사람, 나한테 뭐 부탁하려고 그러나?’
칭찬이 너무 빠르면 의심도 조금 빨라진다. 진짜 좋은 사람은 말보다 행동이 늦게 온다.
하지만 한번 오면 오래간다.
나이 들수록 사람을 줄여라
젊을 때는 인맥을 넓히려고 애썼다. 명함도 많이 만들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술자리도 많이 다녔다. 그런데요.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인맥은 냉장고가 아니다. 많이 채워놓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음식은 버려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를 만나면 남의 욕부터 하는 사람, 만날 때마다 불평하는 사람,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
이런 사람과 계속 만나면 내 인생의 공기가 탁해진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많이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기대가 적은 사람이 편하다
그리고 요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친구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런 계산이 시작되면 관계가 피곤해진다. 나는 그냥 서로 편했으면 좋겠다.
연락이 없어도 서운해하지 않고, 만나면 반갑고, 도와주면 고맙고, 도움을 못 줘도 이해해주는 사람. 그런 관계가 좋다. 기대가 적으니까 고마움이 커진다. 이게 참 묘한 인간관계의 공식이다.
여우의 눈치보다 뚝배기의 온기가 좋다
물론 여우처럼 영리한 것도 능력이다. 세상 살아가려면 눈치도 있어야 한다. 눈치가 너무 없으면 사회생활이 아니라 사회실험이 된다. 그러나 사람 사이에서는 눈치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약삭빠르게 자기 이익을 챙기는 사람보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좋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한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좋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험담하는 사람보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 좋다.
여우는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뚝배기는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나는 뚝배기가 좋다. 그리고 나도 뚝배기가 되고 싶다 이제는 나도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그게 더 중요하다고. 누군가에게
“그 사람 참 영리했어.”라는 말을 듣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싶다.
“그 사람 참 무던했어.”
“말한 것은 지켰어.”
“옆에 있으면 편했어.”
“어려울 때 생각나는 사람이었어.”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 아닌가?
인생 후반전에는 화려한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이 좋다. 똑똑한 사람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 좋다. 그리고 여우처럼 빨리 식는 관계보다 뚝배기처럼 오래 뜨거운 관계가 좋다.
그러니 여러분도 사람을 만날 때 너무 번쩍번쩍한 그릇만 찾지 마시라. 국밥은 뚝배기에 먹어야 제맛이고, 사람은 뚝배기 같은 사람과 살아야 제맛이다.
나는 오늘도 여우를 보면 감탄하고, 뚝배기를 보면 마음이 간다. 여우는 구경하기 좋고 뚝배기는 곁에 두기 좋다.
이게 내가 나이 들면서 배운 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꽤 중요한 사람 공부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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