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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AGI 시대를 불안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자

윤치영 입력 2026.10.08 18:32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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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AGI 시대를 불안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자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책을 뒤지고,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내가 이것까지 알아야 하나?” 하며 넘어갔다. 이제는 AI에게 물으면 된다. 글도 쓰고, 자료도 정리하고, 사업 아이디어도 내놓는다.

참 편리하다. 그런데 편리함 뒤에 슬쩍 따라오는 생각이 있다.

“이 친구가 이렇게 일을 잘하면, 앞으로 나는 뭘 해야 하지?”

도움을 받으니 반갑고, 내 자리까지 차지할까 싶으니 불안하다. AI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어쩌면 이 두 감정 사이를 오가는 중일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폭넓은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AGI 시대가 올 수 있다고 한다.

AGI는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우리말로 ‘범용 인공지능’이다. 특정한 일만 잘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분야에서 배우고 추론하며 낯선 문제에도 배운 것을 응용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쉽게 비유하면 한 가지 요리만 잘하는 요리사를 넘어, 냉장고 속 재료를 보고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식당 운영까지 고민할 수 있는 셰프 같은 개념이다.

물론 언제 등장하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런 시대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일과 삶을 돌아보게 된다.


로봇은 밤새 일하고, 사람은 아침에 산책하는 시대

AGI가 로봇과 결합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사람은 퇴근했는데 공장은 계속 돌아간다. 로봇은 야근수당을 달라고 하지 않고, 월요일 아침이라고 한숨을 쉬지도 않는다.

“오늘 회식이라 작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기와 정비는 필요하다. 로봇도 세상에 공짜로 일하는 존재는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자동화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면, 여러 제품의 생산비가 낮아지고 가격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사람이 위험하고 고된 일을 덜 하면서도 더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지금까지 우리는 대체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삶’을 살아왔다. 미래에는 생계를 위한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배우고 여행하며 살아갈 여유가 커질 수도 있다.

아침에 출근 도장을 찍는 대신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악기를 배우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삶.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런데 여기서 현실적인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든다.

“좋은데요. 그 생활비는 어디서 나오나요?”


풍요를 만드는 기술과 풍요를 나누는 제도

로봇이 많이 생산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저절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장과 기술을 가진 쪽에 수익이 집중되면, 사회 전체의 생산량은 늘어도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지갑은 가벼워질 수 있다.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것도 반갑지만, 소득까지 없어지면 싼 물건도 사기 어렵다. 그래서 AGI 시대에는 생산만큼 분배가 중요하다. 늘어난 기업 이익과 경제적 부를 어떤 세금과 제도로 사회에 돌려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 재원이 복지와 교육, 의료, 재취업 지원, 기본적인 생활 보장으로 이어진다면 더 많은 사람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세금이 자동으로 더 걷히거나, 복지가 저절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하고 만들어갈 사회의 몫이다.

풍요로운 AGI 시대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길을 닦아야 한다.


노동의 자리가 줄어도 사람의 가치는 줄지 않는다

우리는 오랫동안 직업으로 자신을 소개해 왔다.

“저는 회사원입니다.” “저는 사업을 합니다.” “저는 강의하고 코칭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AI가 내 일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된다면, 묘한 허전함이 찾아올 수 있다.

“내가 없어도 일이 돌아가네?”

몸은 편해졌는데 마음은 불편할 수 있다. 사람은 돈만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업무의 경제적 가치가 낮아진다고 사람의 가치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손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할아버지, 힘든 친구 곁을 지켜주는 사람, 동네를 돌보고 이웃을 돕는 사람. 월급명세서에는 잡히지 않아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역할들이다.

노동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까?”에 더해, “주어진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갈까?”

여유도 준비가 필요하다. 쉬는 데도 취미가 있어야 하고, 만날 사람이 있어야 하며, 아침에 눈을 뜰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답이 흔해질수록 자기 생각이 중요해진다

교육도 달라질 수 있다. AI가 학생의 수준에 맞춰 설명하고 반복해서 가르쳐준다면 배움의 문턱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답을 쉽게 얻는다고 생각하는 힘까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물을지, 답이 타당한지, 어디에 적용할지를 판단하는 힘이 필요하다.

AI가 차려준 밥상도 내가 씹어야 내 영양이 된다. 남이 정리한 지식을 읽는 것과 내 생각으로 소화하는 것은 다르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AI로 멋진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를 준비할 수 있다면, 면접에서는 실제 경험을 확인하는 질문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본인이 직접 한 일은 무엇인가요?” “왜 그런 판단을 했나요?” “다시 한다면 무엇을 바꾸겠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는 화려한 문장보다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힘이 필요하다. AI가 답변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한다.


AI가 원고를 써줘도, 사람 앞에는 내가 선다

스피치 역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AI가 인사말을 써주고 강의안을 정리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청중 앞에 서서 표정을 읽고, 반응에 맞춰 속도를 바꾸고, 잠시 멈추며 마음을 전하는 사람은 나다.

같은 “고맙습니다”도 눈을 보며 말할 때와 화면만 보며 읽을 때는 다르게 들린다. 말에는 내용뿐 아니라 살아온 태도와 상대를 대하는 마음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AGI 시대에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삶의 경영이다.”

원고를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그 말에 자기 경험과 철학과 책임을 담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만든 문장을 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 언어로 소화하는 훈련, 상대와 주고받는 소통의 훈련이 필요하다.

불안은 준비로, 설렘은 배움으로

AGI 시대에는 편리함과 함께 어려움도 찾아올 수 있다. 일자리의 변화, 소득 격차, 가짜 정보, 개인정보 문제,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불안한 마음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무조건 좋아질 것이라며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직접 써보고, 결과를 확인하고, 자기 일에 적용해 보자. 시간을 절약했다면 그 시간을 어디에 쓸지도 생각해 보자.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보자.

평생현역도 앞으로는 의미가 더 넓어질 수 있다. 평생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뜻을 넘어, 평생 배우고 관계를 맺으며 자기 몫의 기여를 이어가는 삶이다. 내가 자주 말하는 세 가지 방향도 여기에 닿아 있다.

I’m I, 나답게. I’m You, 상대를 생각하며. I’m World, 세상에 기여하며.

AI가 많은 일을 맡아주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그 여유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나는 노동의 고통은 줄고, 삶의 즐거움은 늘어나는 미래를 기대한다. 풍요가 소수의 울타리를 넘어 더 많은 사람의 식탁과 일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불안한 마음은 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도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겁내기만 하기보다, 배우고 준비하며 맞이하고 싶다. 로봇이 밤새 공장을 돌리는 동안, 사람은 더 좋은 삶을 궁리하는 시대. 그때 우리의 인사는 이렇게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 하세요?”에서, “요즘 무엇을 배우고, 어떤 즐거움으로 사세요?”로.

그 질문에 웃으며 답할 수 있도록, 오늘부터 준비해 보자.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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