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묻는다, 왜 그렇게 매여 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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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묻는다, 왜 그렇게 매여 사느냐
요즘 내가 하는 광고 가운데 하나가 거리 게시대 현수막 광고다. 대전옥외광고협회 사이트에 들어가 5개 구청별로 매월 초 신청하는데, 경쟁이 만만치 않다. 목 좋은 자리는 1분도 안 돼 마감된다. 인터넷 예매보다 더 긴장될 때가 있다. 클릭 한 번 늦으면 좋은 자리는 이미 남의 현수막 차지다.
현수막 50여 곳을 신청하고 결제하는 데 약 100만 원이 든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렇다고 광고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아무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주변 사람들이 현수막을 보고 “요즘도 열심히 하시네요” 하고 알아봐 주면 반갑다. 한 사람이 보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면 그게 바로 구전 효과 아니겠는가. 현수막은 바람에 펄럭이고, 소문은 사람들 사이를 펄럭인다.
오전 10시부터 신청과 결제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원광대학교 치과병원 예약 시간이다. 잇몸 치료와 스케일링을 받으러 갔다. 요즘은 내과와 치과를 부지런히 드나든다. 병원과 친해져 좋은 건지, 병원 갈 일이 많아져 좋은 건지 헷갈린다. 아무튼 예약 시간은 잘 지킨다.
옛날 같았으면 앞니 몇 개만 가지고도 어떻게든 살았을 텐데, 요즘은 의술 덕분에 제때 치료받으며 지낸다.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시대다. 오래 사는 것만큼이나 건강하게 살게해 주니...
내과 전문의 처방으로 위고비를 맞은 지도 17주째다. 의사 선생님은 12킬로그램 정도 감량을 기대하셨지만, 나는 고작 5킬로그램 감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밥은 줄였는데 군것질을 조금 했더니, 들어갔던 배가 다시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몸은 정직하다. 밥숟가락을 줄였다고 군것질 한 것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조심한다. 오늘은 배가 제법 홀쭉해진 것 같아 “이제 좀 빠지려나?” 기대가 생겼다. 그런데 이상하다. 배가 조금 들어가면 자신감은 왜 이렇게 쑥 올라갈까? 옷맵시가 좋아져서일까? 거울 앞에서 배를 한 번 쓱 확인하고 나면 어깨까지 펴진다.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바지 허리춤이 먼저 자신감을 알려주는 모양이다.
오후 5시부터는 개인코칭과 목요 저녁 스피치 강좌가 있다. 그사이 잠깐 시간이 비어 국민생활관 벤치에 앉았다. 모처럼 생긴 틈새 시간이다. ‘누워볼까?’ 싶어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이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매여 사느냐?”
하늘이 정말 그렇게 물었는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늘에 갖다 붙였는지는 모르겠다. 스마트폰 하나면 전화도 받고, 자료도 확인하고, 상담도 할 수 있다. 이제는 머무는 곳마다 사무실이다. 편리한 세상인데, 그 편리함 때문에 어디서든 일을 붙들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마침 한국수자원공사와 LH의 PT 제시형 면접을 앞둔 지원자에게 상담 전화가 왔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고민을 털어놓더니, 오늘 저녁 7시 이후 퇴근길에 학원에 들르겠다고 했다. 걱정으로 굳어 있는 말문을 열고,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도록 돕는 일. 누군가에게는 오늘 꼭 해야 할 약속이고, 나에게는 다시 일어나야 할 이유다.
그래도 잠깐만 더 한가로움을 즐겨보자 싶어 벤치에 다시 누웠다. 그때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하늘은 쉬라고 하는데 배는 밥을 먹으라고 한다. 마음과 몸의 의견이 다를 때는 어느 쪽 말을 들어야 할까? 이번에는 배의 의견이 더 구체적이었다.
걸어오다 보니 길가에 스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쉬었다가 초밥 한 접시 먹고 들어가자.’ 위고비 17주 차의 결심이 잠깐 흔들렸지만, 초밥 한 접시쯤은 가을바람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물론 초밥을 먹고 나면 다시 배를 살펴볼 것이다. 자신감은 올라가고, 양심은 조금 내려가는 순간이다.
가을바람은 제법 쌀쌀하고 하늘은 푸르고 높다. 계절은 바뀌는데 우리 일상은 늘 비슷하게 굴러간다. 상담하고, 코칭하고, 병원에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강의한다.
그러다 문득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알게 된다. 바쁘게 사는 것과 삶에 매여 사는 것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잠깐 멈춘다고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초밥 한 접시 먹는다고 인생이 크게 틀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늘 하늘은 잠깐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 준 듯하다. 현수막은 거리에 걸고,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가을 하늘 아래 숨을 한 번 고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다. 오후5시부터 다시 바빠진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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