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교육을 넘어 인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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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교육을 넘어 인생교육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내 일정표는 빈틈을 찾기 어려울 만큼 빼곡하다. 면접 코칭, 스피치 코칭, 또 다른 면접 코칭…. 점심 먹을 시간은 있어도, 마음 놓고 앉아 있을 시간은 없다. 그야말로 코칭 마라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바쁜 토요일이 오히려 나를 설레게 한다. 코칭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성격과 고민, 바라는 것이 궁금해진다.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인생까지 마주하게 된다.
그러니 내 토요일은 ‘말하기 수업’만 하는 날이 아니다. 사람 공부를 하는 날이다. 새 얼굴을 만나고, 새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 안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날이다.
그 가능성을 실현한 학생이 있다. 지금까지 개인코칭을 50회를 받고 있는 학생이다. 부모님은 오래전 내 강의를 들으셨던 분들인데 심각한 표정으로 아들을 데리고 찾아오셨다.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첫 수업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뒤에서 듣고 있던 어머니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하셨다. 정말이지, 첫날부터 수업이 아니라 ‘깜짝 이벤트’가 열린 셈이었다.
나는 감성 코칭과 NLP 프로그램을 공부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질문과 대화법을 익혀왔다. 그날도 아이의 마음을 깨우는 질문을 건넸다. 말은 단순히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생각을 움직이고, 마음을 드러내고, 때로는 잠자고 있던 가능성까지 깨우는 힘이 있다. 아이 안에서 그 힘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수업이 거듭되자 아이에게 꿈이 생겼다. 바로 억만장자였다.
“선생님,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요.”
꿈이 참 컸다. 듣는 내 마음도 덩달아 커졌다. 나는 말했다.
“좋다. 그러려면 꿈만 크게 꿀 게 아니라, 성공하는 사람의 습관부터 장착해야지.”
그리고 네 가지 ‘꿈 실현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첫째, '매일 신문을 소리 내어 읽기'다.그후 계속 1년 넘게 조간·석간신문에서 다섯 꼭지씩 골라 읽을 자료를 보내주고 있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입으로 읽으라고 했다. 글자와 눈만 만나면 독서고, 글자와 입까지 만나면 스피치 훈련이 되니까.
둘째, "책을 가까이하기'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에 들러 책을 사라고 했다. “읽든 안 읽든 일단 사라”고 했더니, 책이 들으면 좋아할 만한 말이 됐다. 책을 집에 데려다 놓으면 언젠가는 눈이 마주칠 테고, 그러다 보면 펼쳐볼 날도 오지 않겠는가. 책장에 꽂힌 책들이 먼저 말을 걸지도 모른다. “나 언제 읽을 거니?”
셋째,' 매일 운동하기'다. 스쿼트와 팔굽혀펴기, 유산소운동과 균형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라고 했다. 억만장자의 꿈을 이루려면 체력도 자산이다. 몸이 지치면 꿈도 쉬고 싶어 한다. 몸에 힘이 있어야 마음에도 힘이 생기고, 생각하는 힘도 커진다.
넷째, '잠들기 전에 세 줄 일기 쓰기'다. 감사했던 일 한 줄, 아쉬웠던 일 한 줄, 내일 고치고 싶은 점 한 줄이다. 세 줄이면 된다. 길게 쓰다가 일기장과 씨름할 필요도 없다. 감사하고,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습관이 세 줄 안에 들어 있다.
하루하루 작게 쌓은 습관은 아이를 조금씩 바꿨다. 자신감이 생기고, 안팎으로 에너지가 차올랐다. 그래서 2026년 새 학기에는 새로운 미션을 하나 더 줬다.
“이번에는 학교 임원에 한번 도전해보자.”
아이는 부반장 선거에 나갔고, 당선됐다. 집안의 경사였다. 말없이 지내던 아이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손을 들고, 자기 이름을 걸고 도전해 부반장이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억만장자 프로젝트가 학교부터 접수한 셈이다.
얼마 전 가족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만난 수업에서, 아이는 50회차 등록을 마치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윤치영 박사님께 개인코칭을 받고 싶어요.”
나는 대학 입시 면접까지 열 번쯤 더 지도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와 어머니는 그 뒤에도 계속 배우고 싶다고 했다. 열 번씩 끊어 등록하는 일이 가벼운 결정은 아니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책임감이 생겼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의 기쁨도 컸다.
이제 다음 미션은 대학에서 학과 대표나 총학생회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꿈은 한 번 말문이 트이면 자꾸 커지는 법이다. 처음에는 한마디를 꺼내는 것도 어려웠던 아이가 이제는 억만장자를 꿈꾸고, 부반장에 당선되고, 대학에서의 도전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의 긴 일정이 힘들면서도 설렌다. 누군가의 말문이 열리고, 그 말 속에서 꿈이 나오고, 그 꿈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만나기 때문이다.
스피치 교육은 발표를 잘하는 법만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자신감을 키우고, 소통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더 나아가 꿈을 갖게 하고, 행동하게 하고, 자기 안의 에너지를 세상에 전하게 하는 인생 수업이다.
나답게 중심을 세우는 I’m I,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I’m You,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보태는 I’m World. 말문이 열리면 이 세 가지가 함께 자라난다.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어지는 코칭 마라톤.
일정표는 빼곡하지만, 내 마음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말문이 열리고, 어떤 꿈이 자라날까?
말문이 열리면 관계가 풀리고, 일이 풀리고, 인생이 풀린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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