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사람 사이, 미래를 읽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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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도시, 기후 위기와 건강한 삶의 조건
'역대급', '최고치 경신'이라는 단어를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이다. 폭염은 더 이상 며칠 지나가는 계절의 불청객이 아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올라오는 열기, 밤에도 식지 않는 주거지의 공기, 그늘을 찾기 어려운 거리에서 폭염은 우리의 일상과 건강을 조용히 압박한다. 한낮의 도시는 거대한 열섬이 되고, 사람들은 가장 짧은 이동에도 지치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보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서둘러 몸을 피한다.
기후 위기라는 말은 때로 너무 크고 멀게 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투발루와 같은 섬나라와 해안 저지대 도시의 침수 위기가 점점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그 나라들의 일'이라 여기며 애써 무관심하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가 맞닥뜨린 뜨거운 여름과 일상의 불편, 그리고 건강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폭염 앞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조건에 놓여 있지 않다. 시원한 실내에서 잠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좁은 옥탑방과 반지하, 햇볕을 피할 곳 없는 작업장, 냉방이 충분하지 않은 주거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어린아이와 어르신, 만성질환을 가진 이웃,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폭염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건강한 삶의 조건은 개인의 체력이나 생활 습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구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 그늘진 보행로, 가까운 공원과 나무, 이웃의 안부를 살피는 공동체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도시를 바꾸는 일은 거창한 시설을 새로 세우는 데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가 만드는 그늘,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벤치, 아이들이 뜨거운 콘크리트 대신 흙과 풀을 밟을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도시의 온도를 바꾼다. 무엇보다 "오늘 많이 더우시지요"라고 먼저 건네는 인사는 보이지 않는 그늘이 된다. 과학기술과 행정은 폭염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지만, 사람을 돌보는 마음은 서로의 삶을 지켜 줄 수 있다.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의 여름도 무척 더웠지만, 지금의 여름과는 다른 이름으로 기억된다. 마당 한쪽에 물을 뿌리면 흙냄새가 피어올랐고, 아이들은 해가 기울면 골목으로 나가 숨바꼭질을 했다. 땀으로 젖은 셔츠는 불편하면서도 한여름의 당연한 표정처럼 여겨졌다. 노을빛과 별빛이 어우러지는 저녁이면 가족과 이웃이 함께 대문 앞 평상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앉아 부채질하며 수박 한 조각을 나누었다. 엄마의 무릎은 나의 잠자리가 되었고, "아가, 방에 들어가 자야지"라는 다정한 목소리에 "5분만 더"라고 배시시 웃던 여름밤은 지금도 추억의 한편에 남아 있다.
그 시절 여름날의 평상에는 가족과 이웃이 함께 앉아 있었다. 그곳에서 나눈 것은 단지 더위를 식히는 부채질과 수박 한 조각이 아니었다. 더위를 함께 견딘다는 마음, 서로가 곁에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오늘의 도시는 그 기억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 폭염을 이겨 내는 도시는 가장 차가운 도시가 아니라, 가장 약한 사람에게 먼저 그늘을 내어 주는 도시일 것이다.
뜨거워진 도시를 식히는 것은
에어컨의 냉기만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그늘이 되어 주려는
사람의 마음이다.
글/임승철(충남대학교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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