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명의 편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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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명의 편에서다
감정도 응어리가 지면 독이 되고
생각도 풀어내지 못하면 체증이 된다.
신체도 마찬가지다.
순환이 멈추고 소통이 막히면
몸은 변비로 신호를 보낸다.
오늘 아침은 그나마 비가 조금 내리던 터라
개울물이 흐르고
뒷동산 사이 새들의 지저귐이 신명나게 들린다.
청녹색 나팔꽃은 마음의 언저리에 살포시 내려앉고,
먹구름을 몰아내려는 흰구름도
오늘따라 힘이 있어 보인다.
딸아이와 손주를 밥 해먹이겠다고 덤벼들다
손톱이 체칼에 나가고
약간 흔들리던 이는 염증이 잡혀 아프다.
몸의 기능이 노화하면서
감정도 때로 엉키어 무거워지지만
오늘은 들판을 뛰며 새 마음을 불러들인다.
무기력해지는 마음의 골짜기여,
새바람을 일으키라.
무표정으로 입꼬리가 내려앉는 심상이여,
새 호흡을 가지라.
무반응으로 시큰둥해지는 마음의 절벽이여,
다시 생기를 가지라.
이십 개월 아가는 요즘 말이 늘어
못하는 말이 없다.
새로운 언어와 문장,
단어에 호기심이 넘쳐나는 아가를 보고 있으면
작은 어항 속에서 파닥이는 물고기처럼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자칫 몸의 흐름에 마음을 빼앗겨
자동적 사고 속에서 생명의 호흡을 놓칠 뻔했다.
오늘은 청년들,
작업치료사와 물리치료사들의 상담 수업이 있는 날.
그들의 맺힌 감정 한 매듭을
함께 풀어내야 하는 날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깨끗하게 하시고
새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새 부대가 되게 하소서.
굳어 있는 마음에는 바람을,
막힌 감정에는 흐름을,
지친 생명에는 다시 살아갈 힘을 허락하소서.
오늘도 나는 내 마음부터 먼저 살피고,
흐르게 하며, 다시 생명의 편에 서겠다.
감사의 기적으로.
글/김영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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