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사람 사이, 미래를 읽다 (5)
기사 본문
지역이 함께 짓는 미래, 살고 싶은 도시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摩天樓)와 독특한 형상의 랜드마크가 눈길을 사로잡는 도시가 있다. 반듯한 도로망과 아름다운 조경이 인상적인 도시도 있다. 한편,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함께 나눈 이야기, 다시 찾고 싶은 골목의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도시가 있다. 우리는 어떤 도시에 더 깊은 매력을 느낄까?
나는 사람과 이야기가 남는 도시에 마음이 끌린다. 아마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건물을 세우는 일을 넘어,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터전을 가꾸는 일이다.
대전의 건축에는 이러한 삶의 서사가 담겨 있다. 철도를 따라 이어진 만남과 이동의 역사, 원도심 골목의 생활문화, 대학과 연구단지에 축적된 배움과 도전이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건축의 문화적 가치를 살린다는 것은 오래된 외관을 보존하는 데만 있지 않다.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늘의 생활과 연결하고, 다음 세대가 새로운 이야기를 보탤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2022년 충남대학교와 일본 나가사키현립대학의 대학 간 교류로 시작된 만남은 상호 방문을 거듭하며 협력의 폭을 넓혀 왔다. 지역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대학 간 교류는 지산학 협력으로 발전했고, 마침내 대전 유성구와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의 지방의원 간 교류로 이어졌다. 일본 사세보시의회 의원들과 나가사키현립대학·규슈산업대학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일본 방문단은 대전시의회 관계자들과 교류 방안을 논의하고 본회의장을 둘러보며 대전의 의회 운영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교육과 지방자치가 서로의 경계를 넘어 지역의 문제를 함께 바라보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만남이었다.
대학은 지역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인재를 길러내며, 기업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제품과 서비스, 일자리로 연결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도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와 생활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방의회는 주민의 목소리를 정책과 예산에 담는다. 어느 한 주체가 모든 답을 가질 수는 없다.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때, 협력은 행사장의 구호를 넘어 시민의 생활 속으로 스며든다.
양국 청년들이 공동 수업과 현장실습, 인턴십에 참여하고, 기업들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함께 모색한다면 교류는 새로운 진로를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의 발전과 우정에 기반한 교역의 씨앗을 뿌리려는 논의도 메신저 라인(LINE)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문화와 건축, 기술과 생활을 연결하는 일이 생겨나고, 그 일이 안정된 삶의 기반이 될 때 국제교류의 가치는 시민에게 돌아온다.
![]()
<AI가 제작한 한·일 지(地)·산(産)·학(學) 협력의 미래>
이러한 협력의 바탕에는 지역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오래된 역과 시장, 학교와 골목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다. 누군가의 첫 출근과 배움, 가족의 생계와 이웃의 만남이 쌓여 있는 기억의 장소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주민과 방문객이 발견하는 이야기는 다르다. 낯선 방문객의 질문은 익숙한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고, 주민의 기억은 방문객에게 도시의 깊이를 전해 준다.
살고 싶은 도시는 떠나지 말라고 붙잡는 도시가 아니라, 머물 이유와 돌아올 기회를 마련해 주는 도시다.
글/임승철(충남대학교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hanbitinews@naver.com
저작권 Ⓒ (한빛국제뉴스)무단전재 및 재 배포 금지
후원:(하나은행)702-911245-65807 예금주:한빛국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