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현역시대 "인간의 3대 욕구를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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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현역시대 "인간의 3대 욕구를 관리하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먹는 즐거움을 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놓고도 마음껏 먹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살맛이 줄어들 것이다.
흔히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식욕, 성욕, 수면욕을 꼽는다. 필자는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잘 먹고, 잘 자고, 가슴 설레는 마음까지 살아 있어야 인생 현역이지!”
그런 의미에서 윤치영 박사는 아직 현역이다. 먹는 즐거움이 여전하고, 머리만 베개에 대면 잠이 든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여전히 가슴이 설렌다. 이만하면 잘 살아가고 있는 셈 아닌가.
물론 욕구의 크기가 사람의 건강이나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와 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자신을 이해하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오래 이어가자는 뜻이다.
먼저, 식욕은 먹는 즐거움과 절제의 균형이다.
먹는 즐거움에도 든든한 밑천이 필요하다. 바로 치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제대로 씹을 수 없다면 즐거움은 반감된다. 젊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던 치아의 고마움을 나이가 들수록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어 이가 빠지면 먹고 싶은 음식을 포기하며 지내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임플란트 등으로 씹는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필자 역시 임플란트의 도움을 받아 먹는 즐거움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치아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해서 관리를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들인 만큼 더 소중하게 돌보게 된다.
예전에는 하루 한 번 양치질하고도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하루 세 번 이상 칫솔을 들며 입안을 살핀다. 젊을 때부터 이만큼 관심을 가졌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먹는 양을 조절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오랜만에 친구들과 식사하는 자리를 떠올려 보자. 배는 이미 부른데 이야기가 즐거워 한 점 더 먹고, 아까워서 남은 음식까지 비운다. 먹을 때는 즐거웠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속이 부담스럽다.
그럴 때 필요한 말은 이것이다.
“참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즐겁게 먹고 기분 좋게 멈추는 것도 자기관리다. 내일도 맛있게 먹으려면 오늘의 식탁에서 조금의 여유를 남길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수면욕은 잠들 시간을 지키는 데서 관리가 시작된다.
우리는 바쁘면 잠부터 줄인다. 일을 마무리하느라, 사람을 만나느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느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자꾸 늦어진다.
가령 다음 날 중요한 발표가 있는 사람이 밤늦게까지 원고를 고친다고 해 보자. 한 문장이라도 더 외우겠다는 마음으로 잠을 미룬다. 그런데 정작 발표할 때는 머리가 무겁고 말이 엉킨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준비한 만큼 보여주지 못하니 아쉽다.
스피치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보면, 발표 준비에는 원고와 연습뿐 아니라 당일의 몸 상태도 포함된다. 어느 시점에서는 원고를 덮고 쉬는 판단도 필요하다.
“오늘 준비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 맑은 정신으로 하자.”
이 말은 게으름의 변명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살피는 분별력이다.
잠들기 전의 습관도 돌아볼 일이다. 잠깐만 보겠다던 영상이 다음 영상으로 이어지고,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몸은 침대에 누웠는데 마음은 여전히 세상 구경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내일 할 일을 간단히 적어 두고, 오늘의 걱정도 잠시 접어 두자.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필자는 머리만 베개에 대면 잠드는 편이라 잠의 고마움을 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잘 잔 아침의 가벼움을 생각하면, 편안한 잠이 얼마나 큰 복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낮에 힘껏 활동하고 밤에는 편히 쉬는 삶. 평생현역에게도 하루의 마침표는 필요하다.
셋째, 성욕은 자신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함께 살피며 관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누군가에게 끌리는 마음까지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멋있게 보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다만 성욕과 애정, 설렘은 서로 연결되면서도 같은 것은 아니다. 성적인 욕구가 크지 않아도 깊이 사랑할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욕구가 달라져도 다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재촉하지 않는 태도다.
예를 들어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를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은 손을 잡고 가까이 앉고 싶은데, 다른 한 사람은 하루가 고단해 혼자 쉬고 싶을 수 있다. 이때 “부부 사이에 그것도 못 해 주느냐”고 서운함을 앞세우면 다정하려던 마음이 부담으로 전달된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오늘 많이 피곤하지? 옆에 앉아 있어도 괜찮겠어?”
상대가 좋다고 하면 가까이 앉고, 쉬고 싶다고 하면 기다려 주는 것이다. 친밀함은 서로 편안할 때 깊어진다.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도 상대의 의사를 묻고 존중하는 말이 필요하다.
또 어떤 부부는 특별한 날에만 외식하고, 평소에는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사람이 제안한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둘이 산책하고 차 한잔할까?”
깨끗한 옷을 골라 입고 약속 장소로 나서는 일, 마주 앉아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이야기를 듣는 일, “오늘 참 보기 좋네”라고 표현하는 일. 이런 작은 관심이 익숙한 관계에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욕구를 관리한다는 것은 무조건 억누르거나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상대의 뜻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편안한 방식을 찾아가는 일이다. 설렘에는 표현이 필요하고, 관계에는 배려와 책임이 필요하다.
살다 보니 건강은 거창한 결심보다 매일의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식사 후 귀찮음을 이기고 칫솔을 드는 일. 밤이 깊으면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일. 가까운 사람에게도 다정하게 묻고 기다려 주는 일.
평생현역의 삶은 이런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오래 산다는 것은 단순히 생일 케이크의 초가 늘어나는 일이 아니다. 내 발로 걸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한 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 하루를 마친 뒤 편안히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것 참 맛있네.” “어젯밤에는 참 잘 잤어.” “오늘 당신을 만나니 참 좋다.”
나이 들어서도 이 말을 즐겁게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잘 먹되 과하지 않게. 잘 자도록 하루의 끝을 정돈하며. 사랑하되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며.
인간의 3대 욕구를 지혜롭게 관리하라. 살아가는 맛을 오래도록 지켜 가자.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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