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현역시대 "노후에는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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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현역시대 "노후에는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직장에서 퇴직하고 하던 일을 놓으면, 매일 만나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진다. 출근하면 마주치던 얼굴, 점심때면 자연스럽게 모이던 동료, 수시로 울리던 전화가 하나둘 줄어든다.
처음에는 홀가분하다. “이제 늦잠도 자고, 실컷 쉬어야지.”
그런데 쉬는 날이 길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도 쉬고, 내일도 쉬고, 다음 주에도 쉰다. 달력을 펼쳐도 약속이 없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봐도 연락이 없다. 평생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막상 시간이 생기니 그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할지 막막해진다.
바쁘게 살 준비는 했는데, 한가롭게 살 준비는 못 한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는 능력이다. 누군가 불러주어야 나가고, 누군가 만나주어야 웃을 수 있다면 내 하루의 즐거움이 늘 다른 사람의 일정에 달려 있게 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손주를 봐야 한단다. 다른 친구는 여행을 갔고, 또 다른 친구는 몸이 불편하단다. 다들 저마다 사정이 있다. 나를 만나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할 일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며 내 하루를 즐길 것인가?
나는 그 답을 거창한 데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 걸어도 좋은 길 하나, 혼자 앉아도 편안한 카페 하나, 읽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책 한 권이 있으면 된다.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내 손으로 한 끼를 만들어 먹고, 창가에 놓인 화분에서 새잎이 돋는 것을 살펴보는 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남에게 보여줄 만한 취미가 아니라, 내가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골프를 좋아한다면 동반자가 모이는 날만 기다릴 필요가 없다. 혼자 연습하며 어제보다 공 하나를 제대로 맞히는 재미를 느껴보면 된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꼭 산악회 버스를 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가까운 길을 걸으며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글쓰기도 좋은 벗이다. 오늘 만난 사람, 문득 떠오른 추억, 살면서 뒤늦게 깨달은 것을 몇 줄 적어보라. 별일 없다고 생각했던 하루에도 적을 이야기가 생긴다. 그렇게 모인 글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이 담긴다.
다만 취미도 숙제가 되면 오래가기 어렵다.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몇 권을 채워야 하고, 걷고 나서는 꼭 기록을 자랑해야 하며, 노래를 배워서는 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또 하나의 업무가 된다. 평생 성과를 내며 살았으니, 이제는 잘하지 않아도 즐거운 일을 하나쯤 가져보자.
박수를 받지 않아도 부를 수 있는 노래.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쓰고 싶은 글. 함께 갈 사람이 없어도 나서고 싶은 산책...
그런 것이 있으면 혼자 있는 시간에도 기다려지는 일이 생긴다.
물론 사람과의 만남도 소중하다. 혼자 잘 지내는 힘을 기르면서, 먼저 안부를 묻고 함께 웃을 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혼자 보내는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이 어우러질 때 일상은 더욱 풍성해진다.
나는 평생현역을 지향한다. 일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 그러면서도 일정표의 빈칸을 불안해하지 않고, 나 자신과 즐겁게 지내는 법을 익히려 한다.
강의가 없는 날에도 걸을 길이 있고, 약속이 없는 저녁에도 들을 음악이 있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을 수 있다면 그날도 충분히 살 만하다.
노후 준비를 이야기하면 우리는 먼저 돈을 생각한다.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과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은 따로 준비해야 할 일이다.
지금부터 찾아보자. 나는 무엇을 할 때 자꾸 시계를 보지 않는가? 무엇을 하고 나면 “오늘 참 좋았다”는 말이 나오는가?
그 답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이 노후를 위한 준비다.
누군가와 함께여서 반갑고, 혼자여도 오늘이 기다려지는 삶...
나는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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