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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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8년 전쯤, 논산문화원에서 성품 수업을 하며 논산의 삶을 든든히 지켜오신 참 어른들을 만났었다. 당시 나의 만학도 학생으로 수업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이제는 내 인생의 스승이 되어 삶의 깊은 지혜를 전해주신다.
배움을 나누기 위해 시작된 인연이 세월을 건너 삶을 배우는 사제의 인연으로 깊어졌으니, 이 또한 교육이 내게 선물한 귀한 기적이 아닐까.
그중 시청 국장을 지내시며 공직의 소임을 다하신 분과 보건소에서 오랜 정성을 다하고 퇴임하신 부부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헌칠한 남편이 말씀을 건네면 아내는 맑고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셨다. 그 다정하고 단정한 모습은 오랜 시간이 흘른 지금도 가슴 한편에 따스하게 피어난다.
또 하나의 귀한 인연은 가족회관을 운영하며 건강하고 성실한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신, 팔순을 바라보는 부부다.
교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났지만, 수년간 이어진 만남은 어느새 살아온 삶을 나누고 인생의 지혜를 전수받는 깊은 배움으로 이어졌다. 어제는 그분들이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 앞에서 다섯 시간에 걸친 깊은 인생수업을 들었다.
99세 아버님을 떠나보낸 뒤, 며느리들이 아버님이 베푸셨던 인자한 사랑을 추억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는 이야기. 그리고 불과 넉 달 뒤 어머니마저 떠나보내며, 가족장을 통해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었던 이야기였다.
부모님을 보내드리는 일은 한 생애와의 이별인 동시에, 그분들이 평생 일구어온 사랑과 가르침을 남은 이들의 몫으로 받아 안는 일이기도 했으리라.
가족들은 저마다의 슬픔 속에서도 형제간의 깊은 애도를 나누고, 부모님이 남기신 유산과 삶의 뜻을 지혜롭게 헤아려 서로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정성껏 뜻을 모아갔다. 떠나보내는 슬픔마저 가족을 갈라놓는 아픔이 아니라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하나로 여미는 사랑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오래도록 젖어 들었다.
참된 유산은 남겨진 재산의 크기가 아니라, 떠나신 분의 사랑이 남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가에 있음을 배웠다.
오롯이 가족들만의 부모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며 슬픔을 사랑으로 품고, 그분들이 살아오신 뜻을 가족의 삶 속에 고스란히 이어가려는 모습. 그것은 한 가문의 품격이자, 한 생애가 다음 생애에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작별 인사처럼 느껴졌다.
그분들 역시 삶의 아픈 언저리를 지나오셨고, 그때마다 가정의 뿌리를 지키며 삶의 줄기를 단단히 엮어오셨다. 그 깊은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음은 먹먹해졌고, 논산에서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 울림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부족한 내가 감히 가르치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그분들의 살아온 모습에서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다. 가르침으로 만난 인연이 삶으로 배우는 인연이 되고, 어느새 내 인생의 스승으로 자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만나고 교육하는 일을 하며 얻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삶의 결을 닮고 싶다. 선하고 맑고 투명하게 살아온 사람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깊이와 향기에 물들고 싶다. 좋은 삶은 말로 가르치기보다 살아온 모습으로 전해지고, 사랑은 이별 뒤에도 삶의 태도와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삶의 지혜를 나누고 서로의 생애에서 배우는 인생수업이 곳곳에서 이어진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질까.
삶으로 가르쳐주신 귀한 시간. 스승이 되어주신 소중한 인연.
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슴 깊이 존경합니다.
글/김영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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