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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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드릴까요
『어린 왕자』는 참 이상한 책이다. 어릴 때는 별나라 여행이 재미있더니,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면 사람 사이의 거리가 보인다. 책은 얇은데 질문은 깊다. “나는 누구에게 마음을 주었으며, 누구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겼을까?”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 장미 한 송이를 남겨두고 여행을 떠난다. 권력과 허영, 숫자에 집착하는 어른들을 만난 뒤 지구에서 여우를 만나 관계의 의미를 배운다.
이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마음을 얻는 일이다. 마음은 말솜씨만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듣고, 약속을 지키고, 시간을 내어 함께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쉬워도 실제로 날짜를 잡는 일은 다르다. 마음이 있다면 가끔은 달력에도 표시가 나야 한다.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면서 몇 년째 꺼내지 않으면 상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마음에도 작은 입금 내역이 필요한 셈이다.
둘째, 길들여짐의 의미다. 여우가 말하는 길들여짐은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일이다. 수많은 발소리 중 어떤 발소리에는 고개가 돌아가고,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먼저 문밖으로 나간다. 함께한 시간이 평범한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러나 친해졌다고 함부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답장이 늦었다고 추궁하고, 만나지 못한다고 서운함을 청구하면 관계가 출석부로 바뀐다. 장미에게 물을 주는 것은 좋지만, 꽃이 빨리 안 핀다고 매번 뿌리를 확인해서야 되겠는가. 정성만큼 기다림도 필요하다.
셋째,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보는 지혜다. 사랑과 신뢰, 배려와 그리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어린 왕자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며 함께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눈은 꽃의 모양을 보지만 마음은 그 꽃에 깃든 시간을 알아본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다시 물어보자. “요즘 어떤 생각을 하세요?” 오래 알았어도 오늘의 마음까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법정 스님도 가까이하셨던 이 책을 나 역시 좋아해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받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조건이 있다.
“저에게 마음을 주실 수 있나요?” “시간을 내어 함께하실 수 있나요?”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의 비전을 나눌 수 있나요?”
이쯤 되면 누군가는 계산할 것이다. ‘그냥 서점에서 사는 게 싸겠는데?’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순서를 잘못 잡았다. 마음은 내놓으라고 해서 받는 것이 아니었다. 책 한 권 들고 관계의 면접관 노릇을 할 뻔했다.
질문은 내가 먼저 받아야 했다. 나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시간을 내어 함께하고, 나와 다른 꿈도 응원할 수 있는가.
책은 여러분께 드리는데 숙제는 내가 받는다.
그러니 책값은 내가 내겠다. 시간은 서로 내면 좋겠다. 마음은 각자의 속도로 열어가면 좋겠다.
책만 받고 싶으셔도 괜찮다. 마음은 책갈피에 살짝 끼워두시라.
어느 날 그 마음이 먼저 말할지도 모른다. “윤 박사에게 차 한잔하자고 해볼까?”
그 연락을 반갑게 기다리겠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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