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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천근만근, 맘은 심쿵달쿵

윤치영 입력 2026.10.25 09:21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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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천근만근, 맘은 심쿵달쿵


일요일 아침이다. 눈은 떴는데 몸이 출근을 거부한다. 이불은 유난히 다정하고, 베개는 밤새 정이 더 들었는지 머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오늘 하루만 푹 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스케줄을 보니 빈틈이 없다. 내 몸에는 빨간 날인데, 일정표에는 평일이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할 일은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래도 맘은 심쿵달쿵이다. 신규 등록과 재등록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은근히 설렌다. 어느덧 50회째 함께하는 스피치 마니아도 있다. 한두 번의 호기심을 넘어 긴 시간을 함께해 주는 마음이 고맙다.

문득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본다.

“박사님, 저 이제 그만 다니려고요.”

가슴이 철렁한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강의가 지루했나. 코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긴급 강의평가회가 열린다.

그런데 다음 말이 반전이다.

“이번 과정은 마무리하고, 다음 과정으로 재등록하려고요.”

아이고, 말씀을 끝까지 하셔야지. 스피치 수업에서 배운 ‘멈춤’을 이럴 때 활용하시면 내 심장이 곤란하다.

조금 전까지 천근만근이던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사람의 기력이란 참 신기하다. 쉬어야 풀리는 피로도 있지만, 반가운 말 한마디에 슬그머니 물러나는 피로도 있다.

50회째 수강하는 분을 바라보는 마음도 그렇다. 처음에는 ‘참 오래 다니셨네’ 싶다가, 이내 생각이 달라진다.

‘이분이 내 수업을 10회씩, 다섯 번이나 선택하셨구나.’

한 번의 등록에는 기대가 담겨 있다. 다시 하는 등록에는 경험을 통해 쌓인 믿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수강생이 배우러 오는 동안, 나 역시 거듭 선택받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익숙하다는 이유로 대충할 수 없다. 오래 다닌 분일수록 오늘 새롭게 얻어갈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 나를 믿고 내어준 시간에 내가 답할 차례다.

물론 바쁘다고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몸이 힘들면 쉬어야 한다. 나도 일정표 사이에서 쉴 틈을 찾고, 수업이 끝나면 의자에 깊숙이 기대고 싶다. 다만 피곤한 아침에는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내가 나가기 버거워하는 그곳으로, 누군가는 기대를 품고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수강생은 ‘드디어 일요일이라 수업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게는 빼곡한 일정 한 칸이 그분에게는 일주일을 기다린 시간일 수 있다.

그 생각에 다시 옷깃을 여민다. 거울을 보고 표정도 풀어본다. 찾아온 분에게 내 피로부터 건넬 수는 없으니까.

“어서 오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조금 전까지 투덜대던 나도 어느새 수업에 빠져든다. 말문이 막혔던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발표를 두려워하던 사람이 먼저 손을 든다. 그 순간에는 시계를 볼 생각도 잊는다.

아침에는 내가 수강생에게 힘을 주러 나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수업을 마칠 무렵이면 내가 힘을 얻는다. 배우러 오신 분들이 내게도 살아갈 의욕을 보태주고 있는 것이다.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이다. 솔직히 수업이 끝나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감사한 마음이 있다고 허리까지 저절로 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누가 물으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일요일에도 일하셔서 힘드시겠어요.” “네, 힘듭니다. 그런데 다음 일요일 예약도 잡혔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니, 나는 아직 이 일이 좋은가 보다. 몸은 퇴근을 재촉하는데, 마음은 벌써 다음 수업을 준비한다.

몸은 천근만근, 맘은 심쿵달쿵.

오늘도 힘내겠습니다. 나를 찾아오는 당신 덕분에.

여러분도 힘내세요. 당신도, You도!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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